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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인문학에서 배우는 지혜

<논어, 자한편>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

by 헤비브라이트 2024. 4. 5.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들고 푸르름을 안다. 

즉, 사람도 어려움이 닥쳐야 그 사람을 안다는 뜻이다.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에도 이글이 나온다.

 

세한도(歲寒圖)는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된 때 그렸다. 

 

세한도(歲寒圖)는 전문화가의 그림이 아니라 선비가 그린 문인화의 대표작으로 인정받아 대한민국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이 그림을 보면 초라한 집 한채와 고목 몇 그루가 한겨울 추위속에 떨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도대체 이 그림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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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는 19세 조선시대 대표적인 문인이자 서예가였다. 50대에 이르러 종2품 벼슬까지 오르며 권력의 중심에 있었지만 정치적 풍랑에 휘말려 제주도 유배형에 처해진다.

평생 고생이란 걸 모르고 살았던 김정희에게 제주도의 유배생활은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김정희의 제자 우선 이상적(李尙迪,1804~1865)은 그런 김정희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통역관이었던 이상적(李尙迪)은 중국에 사신으로 갈 때마다 최신의 서적들을 구해다 김정희에게 보내주었다고 한다.

 

오늘날과 같이 택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먼 제주도까지 서적들을 보낸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텐테 이상적(李尙迪)의 그 마음과 정성이 대단해 보인다.

 

지위와 권력을 박탈당하고 제주도로 귀양 온 김정희에게 사제 간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두 차례나 북경으로부터 귀한 책을 구해다 준 제자 이상적(李尙迪)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며 답례로 그려 준 것이 바로 세한도(歲寒圖)이다.

 

김정희는 변치 않는 이상적(李尙迪)의 우정을 '세한'이란 두 글자로 표현했다. 세한은 '설추위'인데 설 전후 날씨가 가장 춥다고 해서 '한겨울, 맹추위'라는 뜻으로 쓰인다. 

 

유배를 가기 전이나 유배간 뒤나 언제나 변함없이 자신을 대하고 있는 이상적(李尙迪)의 마음과 행동을 보면서 김정희는 문득 논어의 한 구절이 떠올랐을 것이다. 

 

공자가 겨울이 되어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듯이 김정희 자신도 어려운 지경을 만나고 나서야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없어도 정승댁 개가 죽으면 문상하러 온 사람이 있다'는 말이 있다.

 

세상 인심이란 자기에게 이로운 데로만 움직이는데 이상적(李尙迪) 의 변함없는 마음에서

그리고 이상적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로 비유하여 그림으로 답례한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에서 진정한 의리와 우정이 무엇인지 깊히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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