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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인문학에서 배우는 지혜

장왕의 갓끈을 자른 연회(절영지회)에서 배우는 리더의 덕목

by 헤비브라이트 2022. 7. 28.

리더는 부하직원들의 실수에 관용을 베풀고 관대해야 하는가?
아니면 일벌백계로 삼아야 하는가?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판단이다.

관대하면 기강이 해이해질 것 같고, 과감하고 단호한 조치는 오히려 분위기를 위축시킬 것 같아 쉽지 않은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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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프로야구 중계를 보는 도중에 한선수의 한번의 실수를 그냥 넘어가지 않은 감독의 선수운영과 그에 따른 경기 결과를 보았다.

내용은 이렇다.
타자가 친 타구를 유격수가 잡아 1루수로 송구했으나 송구한 볼이 1루수를 조금 빗나갔다. 1루수가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송구는 아니어서 1루수가 볼을 잡아 주자를 태그하면 아웃되는 상황이었으나 1루수가 주자를 태그하는데 실패하면서 '세이프' 상황이 벌어졌다. 1루수의 실수로 다음 타자가 안타를 치면서 주자가 홈을 밟아 점수를 내주고야 말았다. 화면에 비친 감독의 모습에서는 화난 모습이 역력했다.

결국, 다음회 공격에서 실수를 한 1루수는 다른 선수로 교체되고 말았다. 감독이 선수의 실수를 그냥 넘어가지 않은 문책성 있는 교체였다.

그런데 이후 상황이 이상하게 전개된다.
이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역전의 기회가 2번이나 찾아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일수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가 4번 타자였다. 그런데 그 4번 타자는 이미 수비 실수로 교체가 되었고 대타로 나온 타자는 매번 삼진을 당하고 만다. 결국 역전의 기회에서 한방이 터지지 않으면서 이 팀은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으나 중요한 타석에 위압감이 있는 4번타자가 부재하면서 게임에서 지고 만 것이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오늘 게임은 저 때문에 젔습니다."
한 번의 실수를 게임의 일부라 인정하고 그 선수를 믿고 계속 기용했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물론 그 타자가 안타를 치고 홈런을 쳤을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
하지만 그 감독은 게임에서의 패장이 되었고, 그 선수가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박탈했으며, 선수 운영을 잘 못한 부문에 대해서 팬들의 강한 비난을 면하지 못했다.

절영지회(絶纓之會)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절영지회는 "갓을 자르는 연회"라는 뜻이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칼바람이 부는 춘추시대, 중국 초나라 장왕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장수들을 위로하는 연회를 거하게 베푼다. 자신의 후궁들로 하여금 장수들에게 시중을 들게 하는 파격적인 자리를 만든다. 후궁은 왕의 전유물로 어느 누구도 손대서는 안될 금단의 열매나 마찬가지였다.


그건데 한참 연회가 깊어질 무렵 회오리바람이 불어 연회장의 촛불이 모두 꺼지게 됐다. 그런데 그 어둠 속에서 다급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한 장수가 후궁을 희롱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예로부터 왕의 여인에게 손을 댄 자는 왕권에 도전한 불경죄로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법이었다.

그 후궁은 크게 외쳤다.
“폐하! 무례한 신하가 어둠을 틈타 제 가슴을 만졌는데 그 사람의 갓끈을 뜯어 놨으니 빨리 촛불을 켜고 이 작자를 찾아 엄벌해 주십시오”하는 것이었다.

이 외침을 들은 왕은 장수의 불충이 괘씸해 엄벌하여 일벌백계(一罰百戒)의 교훈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아수라장이 된 어둠 속에서 벌벌 떠는 장수들에게 다음과 같이 명했다.

“모든 장수들은 내 명을 들어라! 이 자리는 내가 경들의 공을 치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면 연회를 주도한 내 탓이다. 이런 일로 공들을 처벌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모두들 갓끈을 떼어버리도록 하라”

그런 뒤에 불을 켜도록 했다. 피바람을 일으키며 한 장수가 목숨을 잃을 뻔한 연회를 장왕은 너그러움으로 극복했다. 왕의 그릇의 크기를 짐작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갓근을 자른 연회’라는 뜻의 ‘절영지회(絶纓之會, 끊을 절, 纓:갓끈 영)’의 고사성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런 태평 시절을 겪고 난 뒤 초나라는 국력을 키워 중원의 패권을 다투기 위해 진 나라와 전쟁을 치르는데 초반 전투에서 대패해 장왕이 사로잡힐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어둠을 뚫고 피투성이가 되어 용감하게 나서서 왕을 구하고 마침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맹장이 있었다.

감격한 장왕이 장수를 불러내 “짐이 목숨을 구하고 나라를 있게 한 경에게 후한 상금을 내리겠노라”고 말하자 그 장수는 공손하게 왕에게 큰 절을 올리며 말했다.

“폐하, 저는 수년 전에 술에 취해 갓끈을 잃어 죽을죄를 지었는데 소신을 살려주셨습니다. 그 이후로 제 목숨은 폐하의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오늘의 전투는 제 목숨에 대한 보답일 뿐입니다”

만약 장왕이 수년 전 연회때 그 장수의 목을 베었다면 중원의 패권이 그에게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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