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새로운 국무총리나 장관들이 임명됩니다.
국무총리나 장관으로 내정된 후보자는 청문회를 거치게 되는데 이 청문회에 나와서 후보자가 모진 고초를 당한 일들을 TV를 통해서 본적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병역이나 부동산, 취업, 주택, 논문 등과 관련된 일들을 시시콜콜 꺼내들어 흠집을 내고 치부를 드러내게 하여 그 후보자가 국무총리나 장관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함을 따집니다.
후보자가 그 직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세상에 국무총리나 장관이 되겠다고 나타난 이상 맞서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입니다.
청문회가 격해지면서 마침내는 성을 내고 심지어는 입에 차마 담을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해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만약 그 후보자가 국무총리나 장관이 되겠다고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맞서는 사람도 성을 내는 사람도 아마 나타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미침 장자의 '빈배' 이야기기가 생각이 납니다.
< 빈배 >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더나가
빈 배가 그의 배와 부딪치면
그가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붇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 장자 -
장자는 세상의 강을 건너는 내 자신의 배를 '빈배'로 만들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아무도 나와 맞서지 않고 상처 입히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금 어떤가요?
세상의 강을 건너는 내 배에 무엇인가 더 채우려 하고 있지 않은가요?
그렇기 때문에 끝임없이 충돌하면서 주변에 늘 맞서는 사람과 마주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요?
법정 스님은 "집착이라는 것은 바닷물을 퍼 마시는 것과 같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시면 마실수록 오히려 갈증을 생기게 한다는 것입니다. 소유하고자 하는 집착, 재산을 늘리려는 집착, 명예와 권력을 얻고자 하는 집착이 강하면 강할 수록 그 갈증은 해소되지 않고 결국 지독한 목마름으로 자신을 위태롭게 만들고야 만다는 것입니다.
내 자신의 배를 '빈배'로 만들었을 때 비로소 맞서지 않은 세상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아무것도 소유하지 말라는 것은 아닐겁니다.
연잎은 감당할 만한 물방울만 싣고 그 이상되면 미련없이 비워 버립니다.
마음을 비우면 비운만큼 채워집니다.
장자의 빈배 이야기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스스로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큰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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