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서 나이를 한살 더 먹을수록 반드시 지켜야 할 신조가 생겼습니다.
바로,
'누구에게도 충고하지 않기입니다.'
어느 날 유재석씨가 나오는 '유퀴즈 언더블록'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아주 재미있는 장면을 본적 있습니다.
출연한 초등학생에게 잔소리와 충고에 대해서 묻자 예상하지 못한 답변을 합니다.
"잔소리는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
진행을 맡은 유재석과 조세호씨가 공감이라도 하듯이 박장대소를 합니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충고는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충고를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좀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는 말이지만 충고를 받는 입장에서는 자기의 언행과 태도를 문제삼는 행위에 대해서 굉장히 불쾌해 합니다. 그리고 개선의지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을 비난합니다. '당신이나 잘하세요!' 그런식입니다.
저는 후배들에게 장자의 윤편 이야기를 자주하곤 합니다.
장자의 천도편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날 춘추시대 제나라의 환공이 대청(당상)에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이 제환공은 중국 춘추시대 때 제나라의 제16대 임금으로써 관중을 재상으로 삼아 제나라를 강대한 나라로 만들었으며 기원전 651년 환공은 회맹을 거행해 춘추오패중 첫번째로 패왕이 되어 중국 천하를 호령하였습니다.
이런 제나라 환공이 대청(당상)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윤편이 마루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깍고 있다가 물었습니다. " 감히 묻자온데 왕께서 읽고 계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환공은 윤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성현의 말씀이다."
그러자 윤편이 다시 물었습니다. " 그 성현의 살아계십니까?"
환공이 대답하기를 "이미 죽었다."
그러자 윤편이 환공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왕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로군요."
이말을 들은 환공이 버럭 화를 내면서 말하기를 "과인이 책을 읽는데 수레바퀴나 만드는 놈이 감히 시비를 건단 말이냐? 합당한 설명을 한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죽음을 면치 않을 것이다."
그러자 윤편이 설명하기를 "제가 하는 일의 경험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레바퀴를 깍을 때 많이 깍으면 굴대가 헐렁해지고 덜 깍으면 너무 조입니다. 그래서 더도 덜도 아니게 정확하게 깍아야 하는데 이것은 오로지 손짐작으로 터득하고 마음으로 느낄 뿐 입으로 표한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요령은 제 자식에게도 가르치지 못하고, 제 자식도 저에게 배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가 칠십이 되도록 이렇게 손수 수레바퀴를 만드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옛 성인들도 자기의 생각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죽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하께서 읽으시는 것이 옛 성인의 찌꺼기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다행히 윤편은 죽음을 면했으나 참으로 당돌한 사람입니다.
일을 하는것도 인생을 사는 것도 같습니다.
오로지 자기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순간의 느낌으로 하는 것이지 누구의 충고나 이론이 작용하여 진행하고 완성되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충고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간혹 다른사람이 만들었던 기획서나 보고서를 그대로 따라하는 직원들을 봅니다. 자기가 고민한 흔적은 전혀 찾아 볼수 없습니다. 찌꺼기를 배끼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던 기획서나 보고서를 찌꺼기로 표현해서 유감이지만 그 지나간 기획서나 보고서는 그 시기에 고민했던 것이고, 그사람도 완벽함을 담지 못한채 마무리 되었을 겁니다.
장자의 윤편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우리가 지나간 과거의 형식과 이론에 집착하지 말고 오로지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과 순간순간 영리한 감각으로 일을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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